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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스토리] 동화로 행복 나누는 '일흔셋 해피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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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화사랑연구소 작성일19-07-11 11:01 조회2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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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구연동화로 아이들 마음 어루만진 이규원 아동문학가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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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전래동화마을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의 해피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구연동화를 하는 곳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을 나온 꼬마가 물끄러미 할머니를 올려다본다. 그리곤 제 몸만 한 책가방을 열어 음료수와 빵을 꺼내어 건넨다.

"할머니, 얼마 전에 저기에서 할머니 동화를 들었어요."

길 가던 꼬마는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툭 던져놓고 저만치 멀어진 친구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본 아이의 기특한 뒷모습은 이규원 씨를 때때로 미소짓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 아이의 나이도 이름도 몰라요. 아마도 구연동화를 보고 받은 감동을 저에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우리 이야기를 잊지 않고 씨앗처럼 마음속에 잘 심어두었구나 싶어 참 보람됐던 순간이에요."

18년간 동화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준 할머니가 있다. 일흔셋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인 삶을 사는 이규원 해피할머니의 이야기다.


#운명처럼 시작된 구연동화

젊은 시절의 이규원 씨는 유치원 원장이었다. 평소 동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느 날 아이들 각각이 무한한 매력을 가진 동화 속 주인공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최상의 교육이라 믿었던 그는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받은 영감을 동화로 써서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규원 해피할머니는 동화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사명 그리고 높은 자존감이 지금까지도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 답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 동화를 가지고 구연동화 대회에 나간 사람들도 상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일들이 잦아지니 심사위원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규원 씨의 동화는 기존 동화들과 달랐다. 그 신선함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결국 주변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해 정식 동화작가로 데뷔했다.


#손녀딸이 선물한 해피할머니

이규원 씨가 해피할머니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그즈음이다.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 당시 나이가 50대로 비교적 젊은 편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해피할머니'란 타이틀을 갖게 됐을까?  

"나는 할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너무 해피해. 그러니까 할머니는 해피 할머니야!"

그는 여느 때처럼 동화 이야기를 듣던 손녀딸이 사랑스런 고백을 하자 갑자기 별이 막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맞아, 나는 동화를 가지고 행복을 나눠주는 해피할머니야'라고 다짐한 이규원 씨는 손녀딸이 선물한 '해피할머니' 덕분에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규원 할머니와 뜻을 같이하는 해피할머니들이 서울어린이대공원 전래동화마을에서 구연동화를 마친 후 관람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과 40여 명의 해피할머니

유치원 일을 그만둔 2000년. 본격적으로 동화와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규원 씨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래동화를 전수하는 일과 구연동화 창작 및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 매진했다. 해피할머니로서의 왕성한 활동에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광진구시니어동화사랑회가 생겼다. 이후 서울시와 광진구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크고 작은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 2016년 2월 동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원과 응원속에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한 번 더 성장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이규원 씨의 역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광진정보도서관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동화스토리텔링 강의. 서울어린이대공원 전래동화마을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극과 구연동화 무대. 그리고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 공연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규원 소장(가운데)이 한국동화사회적협동조합 6월 월례회에 참석해 새로운 구연동화를 조합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조합은 구연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동시에 시니어의 일자리 창출을 돕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매달 월례회 때마다 새로운 구연동화를 조합원들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공연에 필요한 소품도 저희가 직접 만들고 있답니다."

이규원 씨와 뜻을 함께하는 40여 명의 해피할머니들은 오늘도 시간을 쪼개 아이들의 마음속에 동화가 가진 따뜻한 메시지를 심어주는데 열심이다.


#휴대폰 게임보다 재미있는 해피할머니의 구연동화

일요일 오후 광진정보도서관의 유아열람실. 이날도 해피할머니는 호랑이와 토끼 인형을 들고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9년에 한 마리 어흥어흥!"

할머니의 포근한 목소리와 깊은 눈빛은 테이블을 둘러싼 아이들의 마음을 단박에 훔쳤다. 호랑이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자 열람실은 구연동화에 흠뻑 빠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편당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구연동화는 아이들에게 그 어떤 드라마나 게임보다도(심지어 휴대폰 보다도) 다양한 감정을 선물하는 것 같았다.

이규원 해피할머니가 광진정보도서관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할머니의 구연동화에 아이들이 흠뻑 빠진 모습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휴대폰 같은 기계는 아이들과의 감정 교류가 불가능해요. 기계가 아닌 사람이 눈빛 속에 사랑을 담고 직접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감동을 할 수밖에 없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해피 할머니에게 모여드는 아이들이 그 증거였다. 그는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사람의 음성과 눈빛은 젊은 부모와는 분명 다르다"며 할머니여야만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이야기에 빠진 아이들의 표정은 기쁨부터 슬픔까지 다채로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이 구연동화에 빠지는 모습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근에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 영상이 바쁜 육아맘들에게 인기라고 하지만, 이날 구연동화를 접한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직접 봤다면 아마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해피할머니들은 구연동화에 쓰이는 소품을 직접 만든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6살 딸아이와 함께 해피 할머니의 구연동화를 본 한 엄마는 "아이가 3살 때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은 친할머니처럼 친숙해요. 물론 딸아이가 휴대폰도 좋아하지만, 할머니 덕분에 책을 가까이하게 됐어요"라며 특별히 감사함을 표했다.

이규원 해피할머니가 구연동화가 끝난 후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마법 같았던 구연동화가 끝나자 아이들은 물론 지켜본 부모들까지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때 해피할머니가 한 쪽에 앉아있던 한 아이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다정한 눈빛으로 손을 잡은 후 이름을 물었다.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말하자 할머니가 익숙한 노래를 불렀다.

"그 이름 참 예쁘구나. 기억할게요 박○○."

해피할머니의 노래가 끝나자 아이는 너무나 예쁜 함박웃음을 보였다. 특별히 그 아이에게만 노래를 불러준 이유가 궁금했다.

구연동화에 행복해진 아이 표정.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동화를 들려주는 내내 그 아이 얼굴에 표정이 없었어요. 그건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거에요. 그런 아이에게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면 아이가 그 말을 평생 기억한답니다."

동화를 들려주면서 아이들 한명 한명을 세심히 살폈던 해피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동화는 아이들이 최초로 만나는 문학

이날처럼 20년 가까이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히 어루만진 해피할머니에게 동화는 어떤 의미일까?

"동화는 아이들이 최초로 만나는 문학이에요. 문학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느끼면 생각이 바뀌고 나아가 행동까지 변화시켜주지요. 요즘처럼 사람의 인성이 문제가 될 때야말로 할머니들의 포근한 음성을 통해 듣는 동화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따뜻한 정서를 전해주기 때문에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한 아이가 구연동화가 끝난 후 이규원 해피할머니에게 뽀뽀 선물을 하고 있다. 이규원 씨는 훗날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시던 마음 따뜻한 할머니, 왠지 다다가고 싶었던 할머니로 기억되길 바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세대와 성별 간에 혐오와 증오가 만연한 요즘. 어른들이 만든 부끄러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해피할머니가 마음 속에 심어놓은 동화가 있기에 조금 더 따뜻해질 사회를 꿈꿔본다.

[함박스토리] 함박스토리는 베이비뉴스 사진기자들이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소개하는 시리즈 기사입니다. 함박스토리를 통해서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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